핸들이 고장난 자전거
어제는 묘한 꿈을 꾸었다. 나는 어디론가 계속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. 출발할 때는 목적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지우개로 한 번 스윽 훔친 것처럼 기억이 희미했다.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냥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좋아 그저 달렸던 것 같다.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어떤 이와는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하고 때론 속이 타들어갈 듯 아려오기도 하고 설렘에 두근대기도 했다. 오르막은 너무 힘들고 답답했지만 올라갈수록 쾌감이 들었다. 내리막은 시원하고 몸이 편했으나 다 내려오고나니 허무했다. 이 자전거 여정동안 나는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온갖 잡스러운 일들을 겪으며 몰랐을 수 있는 감정을 발산해댔다. 그런데 어느순간부터인지 핸들과 브레이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. 브레이크는 빡빡했고 핸들은 내가 아무리 많이 틀어도 미세하게 움직였고 또 어떤 때는 살짝만 틀었는데 거의 넘어질 듯이 심하게 꺾이곤 했다. 심지어 어떤 때는 핸들을 꺾은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기도 했다.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.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 핸들을 붙잡고 나는 계속 세상만사를 느끼며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. 답답했다. 그럼에도 중간에 멈추면 아무것도 되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그냥 무식하게 달렸다. 저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. 이걸 뛰어넘으면, 이걸 극복하면 더 좋은 것이, 더 큰 깨달음이 오겠지라는 기대도 없었다. 그저 페달을 밟았다.